환절기 옷장 정리, 버리기 전에 되살리는 의류 관리법

여름 옷을 넣고 가을 옷을 꺼내는 시기가 오면 옷장 앞에서 한참을 서 있게 됩니다. 작년에 분명 잘 입었던 니트인데 목이 축 늘어져 있고, 즐겨 입던 면 티셔츠는 보풀이 하얗게 일어나 있고, 언제 묻었는지 모를 얼룩이 소매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럴 때 제일 쉬운 선택은 버리는 것 입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 옷장을 정리하다가 종량제 봉투 두 개 분량이 나온 걸 보고 마음이 좀 불편해졌습니다. 대부분 몇 번 입지도 않았는데 관리를 못 해서 못 입게 된 옷들이었거든요. 그때부터 버리기 전에 한 번은 살려보자 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이 글은 그 이후 몇 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리한 방법들입니다. 성공한 것도 있고, 옷을 아예 못 쓰게 만든 실패도 있습니다. 보풀 — 제거보다 예방이 8할입니다 보풀은 원단 표면의 짧은 섬유가 마찰로 빠져나와 뭉친 겁니다. 그래서 마찰이 생기는 곳 에 집중적으로 생깁니다. 옆구리, 겨드랑이, 소매 안쪽, 가방 끈이 닿는 어깨. 실제로 자기 옷을 살펴보면 보풀 위치가 거의 이 네 군데에 몰려 있을 겁니다. 보풀 제거 요령 전동 보풀 제거기 가 가장 빠릅니다. 다만 힘을 주면 원단까지 깎여 얇아집니다. 옷을 평평한 바닥에 펴 놓고 기계 무게만으로 살살 밀어야 합니다. 손으로 잡아당기며 하면 구멍 납니다. 저는 이렇게 스웨터 하나를 벌집으로 만들었습니다. 고급 니트나 얇은 원단은 기계 대신 일회용 면도기 로 살짝 훑거나, 보풀 전용 브러시로 결 방향대로 빗어 내립니다. 보풀이 심하지 않다면 돌돌이 테이프 만으로도 표면이 상당히 정돈됩니다. 예방이 훨씬 중요합니다 니트·기모 소재는 뒤집어서 세탁망에 넣고 세탁합니다. 마찰을 받는 면이 안쪽이 되니 겉면이 보호됩니다. 세탁기에 옷을 꽉 채우지 않습니다. 옷끼리 부대끼면서 보풀이 생깁니다. 드럼 용량의 70% 정도 가 적당합니다. 같은 옷을 이틀 연속 입지 않습니다. 하루 쉬게 하면 섬유가 원래 형태로 돌아올 시간이 생...

대기전력 잡기 실전 — 스마트 플러그로 한 달 측정해본 결과

"안 쓸 때 플러그 뽑으면 전기요금 아낀다"는 말,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한 번도 얼마나 아끼는지는 몰랐습니다. TV 플러그를 뽑는 게 한 달에 100원짜리 절약인지 5,000원짜리 절약인지 모르는 채로, 그냥 뽑으면 좋다더라 수준의 믿음으로 살았던 거죠. 그래서 전력 측정 기능이 있는 스마트 플러그를 몇 개 사서, 한 달 동안 집 안 가전들을 하나씩 돌아가며 꽂아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가 열심히 뽑고 다니던 것들은 별 의미가 없었고, 전혀 신경 안 쓰던 쪽이 조용히 전기를 먹고 있었습니다. 다만 미리 분명히 해둘 게 있습니다. 아래 숫자는 전부 우리 집에서, 우리 집 제품으로 측정한 값 입니다. 같은 종류의 가전이라도 제조사·연식·설정·사용 환경에 따라 대기전력은 몇 배씩 차이가 납니다. "우리 집 TV도 이만큼 먹겠구나"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 재보면 되는구나"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측정했나 방법은 단순합니다. 전력 측정이 되는 스마트 플러그를 벽 콘센트에 꽂고, 그 위에 측정하고 싶은 가전을 꽂습니다. 그리고 그 가전을 평소처럼 끄되 플러그는 꽂아둔 상태 로 며칠 방치하면서 누적 소비량을 봤습니다. 가전 하나당 최소 3~4일씩 붙여두고, 하루 이틀 튀는 값에 속지 않도록 평균을 냈습니다. 순간 소비전력(W)은 표시가 들쭉날쭉해서, 며칠간 누적 사용량(kWh)을 시간으로 나눠 역산했습니다. 대기전력은 값이 워낙 작아서 측정기 자체의 오차 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1W 미만 구간의 숫자는 참고 정도로만 봤습니다. 이 마지막 항목이 은근히 중요합니다. 저가형 측정 플러그는 아주 작은 소비량 구간에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0.5W냐 1.5W냐를 두고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는 뜻이고, 실제로 유의미한 차이는 그보다 훨씬 큰 스케일에서 나옵니다. 우리 집 측정 결과 한 달간 재본 대략적인 값입니다. 다시 강조하...

이건 재활용이 안 됩니다 — 헷갈리는 분리배출 총정리

얼마 전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경비 아저씨한테 한 소리 들었습니다. 제가 재활용통에 넣던 걸 아저씨가 도로 꺼내시더군요. 커피 마시고 대충 물만 한 번 끼얹은 종이컵, 그리고 마트 영수증 한 뭉치였습니다. "이건 다 종량제예요." 저는 속으로 좀 억울했습니다. 종이컵인데 왜 종이가 아니지? 영수증도 종이 아닌가? 그날 저녁에 작정하고 찾아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10년 넘게 분리배출을 꽤 잘 한다고 믿으면서 살았고, 그 믿음의 상당 부분이 틀렸습니다. 제가 열심히 재활용통에 넣은 것 중 상당수는 선별장에서 다시 골라내 소각장으로 가는, 이른바 희망 회로 분리배출이었던 겁니다. 오늘은 제가 제일 크게 착각하고 있던 것들부터 순서대로 풀어놓겠습니다. 내가 제일 크게 착각하고 있던 것들 종이컵 — 종이가 아니라 코팅된 무언가 종이컵 안쪽에는 물이 새지 않도록 폴리에틸렌(PE) 필름이 얇게 코팅돼 있습니다. 즉 종이와 플라스틱이 붙어 있는 복합재질 입니다. 이걸 종이류로 배출하면 선별 과정에서 골칫거리가 됩니다. 물론 종이컵을 따로 모아 재활용하는 시스템 자체는 존재합니다. 문제는 조건입니다. 내용물을 완전히 비우고, 헹구고, 말린 종이컵만 의미가 있습니다. 커피 자국이 남았거나 젖어 있으면 사실상 종량제 봉투 행입니다. 지자체·수거업체에 따라 종이컵을 아예 별도 분리 대상으로 두는 곳도, 종이류에 섞지 말라고 안내하는 곳도 있습니다. 제가 하던 물 한 번 휙 끼얹기는 헹군 게 아니었습니다. 그건 그냥 젖은 종이컵을 만든 것뿐이었죠. 영수증 — 종이처럼 생긴 종이가 아닌 것 이건 정말 몰랐습니다. 마트·카페 영수증은 대부분 감열지(열에 반응해 글자가 나타나는 종이) 입니다. 표면에 화학 코팅이 되어 있어서 일반 폐지와 함께 재활용하면 품질을 떨어뜨립니다. 구분법은 간단합니다. 손톱으로 긁었을 때 검은 줄이 생기면 감열지 입니다. 이건 종량제로 갑니다. 저는 영수증을 몇 년 동안 성실하게 폐지 묶음에 끼워...

빨래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세탁망·물 온도·건조 습관으로 줄여봤습니다

작년 겨울, 옷방 정리를 하다가 제 옷장의 8할이 폴리에스터·나일론·아크릴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플리스 재킷, 러닝용 기능성 티셔츠, 겨울 니트, 심지어 이불 커버까지요. 그 무렵 세탁기 배수 호스에서 나온 물을 우연히 대야에 받아본 적이 있는데, 물이 마르고 나서 대야 바닥에 남은 희끄무레한 보풀 같은 잔여물 을 보고 좀 멍해졌습니다. 저게 다 어디로 가고 있었던 걸까 싶었죠. 그때부터 세탁 미세플라스틱(미세섬유)이라는 걸 파고들기 시작했고, 반년쯤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완벽하게 막는 방법은 없었고, 대신 눈에 띄게 줄이는 습관 몇 가지는 확실히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과정을 실패담까지 포함해서 솔직하게 적어보려 합니다. 먼저, 숫자 이야기부터 조심스럽게 검색을 해보면 "세탁 한 번에 미세섬유 수십만 개가 나온다" 같은 자극적인 숫자가 쏟아집니다. 저도 처음엔 그 숫자에 놀라서 글을 읽기 시작했고요. 그런데 자료를 여러 개 겹쳐 읽어보니 연구마다 편차가 정말 큽니다. 세탁기 종류(드럼이냐 통돌이냐), 세탁물의 무게, 물의 양, 세제 종류, 옷의 신품 여부, 심지어 배출된 섬유를 걸러내는 필터의 구멍 크기까지 실험 조건이 제각각이라, 같은 소재를 두고도 결과가 몇 배씩 차이 나기도 합니다. 어떤 연구는 "새 옷일수록 초기 몇 회 세탁에서 많이 빠져나온다"고 보고하고, 다른 연구는 "반복 세탁으로도 배출량이 크게 줄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에서 특정 숫자를 못 박아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다만 여러 연구가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있습니다. 합성섬유 옷을 세탁하면 미세섬유가 물과 함께 빠져나가고, 세탁 조건에 따라 그 양이 달라진다는 것. 그리고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는 중이라, 저도 단정해서 말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겁을 주려는 글이 아니라,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줄여보자는 생활 기록으로 읽어주시면 좋...

에어컨 없이 여름 나기, 선풍기 자리부터 바꿨습니다

작년 여름, 저는 "올해는 에어컨 최소한만 켜보자" 고 다짐했습니다. 전기요금 고지서도 무서웠지만, 사실 더 큰 이유는 밤새 돌아가는 실외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그 다짐은 절반은 성공하고 절반은 처참하게 실패 했습니다. 오늘은 그 실패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첫 번째 실패 — 창문을 다 열었더니 더 더워졌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단순했습니다. 집 안 모든 창문을 활짝 열었죠. "바람이 통하면 시원해지겠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오후 두세 시쯤 되니 방 안이 오히려 바깥보다 후텁지근해진 느낌이었고, 벽에 손을 대보니 미지근하게 달아올라 있었습니다. 낮에 여는 창은 '통풍'이 아니라 '열 배달'일 수 있다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한낮 바깥 공기 자체가 이미 뜨거운 상태였습니다. 그 공기를 집 안으로 계속 들여보내면서 "환기 중"이라고 믿고 있었던 셈입니다. 게다가 햇빛이 직접 들어오는 남향 창을 그대로 열어두었으니, 바람과 함께 복사열까지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제 경우 낮 시간대 운용을 이렇게 바꾸고 나서 체감이 달라졌습니다. 해가 강한 시간대에는 햇빛이 직접 드는 쪽 창은 닫고 커튼·블라인드로 가림 대신 그늘진 쪽(북측·복도측) 창만 조금 열어 통로를 만듦 해가 기울고 바깥 공기가 식기 시작하면 그때 창을 크게 개방 물론 집 구조와 방향, 층수에 따라 체감은 꽤 다를 수 있습니다. 저희 집은 꼭대기 층이라 천장에서 내려오는 열이 커서 더 극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선풍기는 '나'를 향하는 물건이 아니었다 두 번째로 깨달은 건 선풍기 사용법이었습니다. 저는 늘 선풍기를 제 얼굴 쪽으로 돌려놓고 있었습니다. 시원하긴 합니다. 다만 그건 공기를 식히는 게 아니라 제 피부의 땀을 말리는 것 에 가깝고, 방 자...

안 쓰는 물건 처분 가이드 — 중고거래·기부·재활용, 어디로 보낼까

이사를 앞두고 베란다 창고를 열었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5년 동안 한 번도 안 쓴 접이식 러닝머신, 포장도 안 뜯은 요가매트, 언젠가 쓸 것 같아서 모아둔 수납장 세 개,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선 뭉치. 처음엔 그냥 다 버리려고 했습니다. 스티커 몇 장 붙이면 하루면 끝나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러닝머신 대형폐기물 수수료를 조회해보니 1만 5천 원 이었습니다. 멀쩡한 물건을 돈 내고 버려야 한다는 게 이상하게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물건마다 이건 어디로 보내는 게 맞나를 하나씩 따져보기 시작했고, 3주에 걸쳐 창고를 비웠습니다. 결과적으로 약 27만 원을 벌었고, 두 박스는 기부했고, 그래도 못 보낸 것들은 결국 버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순서와 실패담을 정리합니다. 처분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물건을 정리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팔릴까?부터 고민하는 것 입니다. 그러면 팔릴지 안 팔릴지 애매한 물건이 몇 달씩 집에 남습니다. 저는 순서를 이렇게 뒤집고 나서야 속도가 붙었습니다. 돈이 되는 것 — 중고 플랫폼에 올린다 (기한을 정해둔다) 돈은 안 되지만 쓸 수 있는 것 — 기부처로 보낸다 쓸 수 없지만 자원이 되는 것 — 무상수거·분리배출로 보낸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 대형폐기물 신고 또는 종량제 핵심은 1번에 기한 을 거는 것입니다. 저는 2주 안에 안 팔리면 무조건 2번으로 내린다는 규칙을 세웠고, 이게 없었으면 아직도 창고에 러닝머신이 있었을 겁니다. 1단계 — 파는 것: 중고 플랫폼 당근마켓: 크고 무거운 것 직거래가 기본이라 부피 크고 배송비가 아까운 물건 에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가구, 가전, 유아용품, 운동기구가 여기 속합니다. 저는 수납장 3개를 묶어서 넘겼는데, 구매자가 차 끌고 와서 직접 실어갔습니다. 배송 고민이 아예 없다는 게 최대 장점입니다. 팔면서 체득한 것들입니다. 사진이 8할입니다. 낮에, 창가에서, 배경 치우고 찍은 사진과 밤에 형광...

텀블러는 정말 친환경일까 — 몇 번을 써야 본전인지 계산해봤다

얼마 전 주방 상부장을 정리하다가 텀블러를 꺼내 세어봤습니다. 일곱 개였습니다. 스테인리스 두 개, 유리 하나, 플라스틱 세 개, 그리고 회사 워크숍에서 받은 정체불명의 알루미늄 하나. 그중에서 최근 한 달 안에 손이 간 건 딱 하나였습니다. 나머지 여섯 개는 환경을 생각해서 샀지만 결국 찬장을 점령한 물건 이 되어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저는 그 텀블러들을 살 때마다 스스로 조금 뿌듯했습니다. 예쁜 색이 나오면 이건 들고 다니고 싶으니까 오히려 더 자주 쓰게 될 거야라고 합리화했고, 카페에서 굿즈로 나온 한정판을 보면 어차피 쓸 건데 이왕이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에코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점에서, 전시회에서, 회사 행사에서 받은 에코백이 신발장 위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정말 친환경 맞나? 친환경 제품이라는 말에 숨어 있는 것 우리가 텀블러는 친환경이라고 말할 때, 머릿속에 그리는 그림은 대개 사용 단계 입니다. 일회용 컵 하나를 안 썼으니 쓰레기가 하나 줄었다는 계산이죠. 이 계산 자체가 틀린 건 아닙니다. 다만 절반만 보고 있는 겁니다. 제품 하나가 환경에 남기는 부담은 사용 순간에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원료를 캐고, 가공하고, 성형하고, 포장하고, 배에 실어 옮기고, 매장까지 트럭으로 나르는 모든 과정에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이걸 전 과정에 걸쳐 따져보는 방법을 전과정평가(LCA) 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관점으로 보면 텀블러와 일회용 컵의 관계는 이렇게 바뀝니다. 일회용 컵 : 만드는 데 드는 부담은 작지만, 한 번 쓰고 버린다. 부담이 매번 발생한다. 다회용 텀블러 : 만드는 데 드는 부담이 훨씬 크지만, 쓰는 동안 새로 추가되는 부담은 세척에 드는 물과 세제 정도다. 즉 텀블러는 처음에 큰 빚을 지고 시작해서, 쓸 때마다 조금씩 갚아나가는 구조 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하나 나옵니다. 몇 번을 써야 그 빚을 다 갚는가? 이걸 흔히 손...